태연한 인생 소설에서는 두 인물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두 인물 간에는 전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중후반을 읽어 나가면서 이제는 만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그대로 남긴 채 끝을 맞이하게 된다.

류와 요셉의 이야기.

어머니는 가족여행을 떠나는 차에 올라타기 직전 남편의 부정을 알게 되었다. … 그 여행은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부정과의 여행이었으며 그것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어머니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존재를 일깨우도록 각본이 짜여진 셈이었다. …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이 맡은 배역의 감정을 잡은 다음 어머니는 천천히 무대로 걸어나갔다.

류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보여준다. 항상 새로운 것, 평범한 것이 아닌 것을 사랑하고자. 매혹을 찾는 아버지와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받아들이며 참고 지내는 어머니를 통해서, 류는 자신이 어디에 더 가까운 지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매혹과 패턴 사이에는 고독과 상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류의 어머니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머니가 느낀 고독감은 너무 잘 묘사되어, 가슴 깊게 파인다. 누구보다 잘 아는 류는 어느 쪽일까. 어쩌면 부모님이 겪었던 상처를 자신이 직접 겪으며 그 슬픔을 이해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요셉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작가이다. 매사 비판적이며, 특히 현재 문학 및 젊은 작가들에게 냉소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이 모습은 읽는 내내 (당연하게도) 작가 은희경의 속마음 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인터뷰 내용을 찾아보니, 소설이 잘 안써져서 자신의 모습을 담아 썼다고 한다. 요셉의 모습은 얼마 전에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홀든이 유일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순수한 아이들처럼 요셉은 10년 전에 사귀었던 류를 아직까지 잊지 못한 마음이 깊게 남아있다. 결국은 요셉은 매혹을 쫓는 사람이고, 지독하게 평범한 혹은 일상이 된 패턴을 싫어한다. 그 결과 항상 남는 건 고독이다.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고독 속에 살아야 하는 자신을 알아간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서사를 통과한 류는 순진한 연인은 아니었다. 요셉의 궁극적 욕망이 자신의 내부를 향한 것이며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소설이라는 개인적 영역을 위해 소진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태연한 인생은 매혹과 패턴 속에 흘러나오는 상실과 고독에 대해 한명은 부모님의 삶을 통해서, 다른 한명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주위 관계를 통해 보여 준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 8회1부 태연한 인생(with 소설가 은희경)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 47 은희경 “태연한 인생”